우리나라의 유언신탁 서비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언장 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권에서 선보이는 것 중 하나인 유언신탁서비스가 있습니다. 유언신탁서비스는 은행이 고객의 유언장과 관련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후에 상속 재산을 둘러싼 유족들의 다툼을 해결하고, 상속 재산의 일부를 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서비스입니다.

은행에서는 유언장 쓰는 것을 비롯하여 컨설팅을 도와주고 작성한 유언장은 은행에 보관하여 유언자 사후에는 유족에게 유언장을 전달해 고객의 뜻대로 재산이 처리되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보통 17세 이상의 개인을 가입 대상으로 하며, 최소 가입금액은 금융사별로 1억~5억원 , 수수료로 연간 5만~1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신탁기간은 유언장 보관의 경우 유언자 사망 시까지, 유언장 집행의 경우는 유언의 집행 종결시까지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신설된다는 것은 그만큼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일찍 준비할 수록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유언신탁 서비스가 가지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언장을 쓰려면 제대로 써야

몇 해전 이슈가 되었던 Y대학교와 유가족과의 법적 공방.

남부럽지 않은 재력가 김모씨는 사망하면서 100억원대가 넘는 현금과 300억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그의 자필로 된 유언장에는 ‘1997년 3월 8일’이란 날인과 함께 ‘본인 유고 시 본인 명의의 모든 부동산 및 금전 신탁, 예금 전부를 교육기관인 Y대학교에 사회사업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나이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김씨는 유언장을 변호사 입회 없이 혼자 작성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숨지기 전까지 은행에 보관해 왔으며 유족들이 예금 반환을 요청하다 처음으로 존재가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유언장에는 자필 이름만 들어갔을 뿐 날인이나 무인(손도장)이 없어 유언장의 효력 여부를 둘러싸고 유가족과 Y대학교 측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법원은 강제조정을 통해 “부동산과 현금 7억원은 Y대학교가 상속받고 나머지 현금은 유가족이 상속받도록 하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만약 김씨가 형식을 갖춘 유언장만 작성하였더라도 김씨의 의사대로 Y대학교에 사회사업 발전기금을 기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유언장은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쓰느냐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7. 5. 선고 2003가합86119판결)

이메일 비밀번호도 유언장에 남겨야

일반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사망자가 유언장에 명시해놓지 않으면, 특히 미국에서는 가족에게 조차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국의 매거진 포린 폴리시는 생전 사용하던 이메일의 비밀번호를 유언장에 기재할 지의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에 입각해 가입자에게 연회비를 받고 그 가입자가 사망하는 즉시 미리 작성해둔 마지막 이메일을 가족과 친지들에게 보내주는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언투어

요즘 일본에서는 자녀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산 분쟁을 피하기 위해 살아 있을 때 상속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그 이유로 유언장을 미리 써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것으로 ‘유언투어’라는 서비스로, 보통의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에는 유언장을 쓰고 싶어도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도 생각도 하기 힘드니 차분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남기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보고, 유산 배분도 유언자의 의사대로 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행상품이라고 합니다.

이 여행상품은 오사카의 한 법무사와 여행 업체가 마련한 2박3일의 유언투어로 참가자들은 조용한 분위기를 위해 4명으로 제한되며, 먼저 유언장 작성의 기본사항에 관해 숙지한 뒤 ‘마음의 정리 작업’을 하게 됩니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지 생각하고, 그것들을 말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이 여행상품은 우리 돈으로 약 150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참가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죽고 난 후 남은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자기 자신을 한번쯤 다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언장은 결코 불쾌하거나 슬피지만은 않은 것입니다.

1,200만달러 유산을 상속 받은 애완견

2007년 8월. 미국의 부동산 거부 ‘리오나 헴슬리’가 남긴 유언장을 법원에서 공개하여 상당히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리오나 헴슬리’가 남긴 유언장에는 자신이 키우던 애완견인 ‘트러블’에게 무려 1,2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기고 그 반면 4명의 손자들 중 2명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언장에는 유산을 받지 못한 2명의 손자에게는 그 이유를 “본인들 스스로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혀두고 강아지 ‘트러블’에게는 유산뿐만 아니라 강아지가 죽은 후에도 자신의 옆에 묻어 달라는 내용의 아주 특이한 유언장이었습니다. 물론 이번의 경우 유족들과의 조정을 통해 법원에서 애완견에 지급되는 유산을 200만 달러로 삭감하여 지급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는 했지만 유언장을 통해 생전 유언장 작성자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유언장 사례입니다.

미국 여배우가 남긴 유언동영상

미국의 배우,코미디언, 가수로 활동하던 칼라 지버스미스가 남긴 유언 동영상이 화제입니다. 루게릭병에 걸려 지난 2007년 5월,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녀의 장례식장에서는 수 년 전 아무도 모르게 제작한 유언 동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동영상에서 천사 날개를 달고 하늘을 배경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열렬한 팬인 신의 특별한 허가가 있어 하늘나라로부터 위성 생방송을 하고 있으며, 이곳의 생활이 만족스러우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감동을 느꼈습니다.

아직 유언장을 쓰는 것에도 어색한 우리와는 달리 유언에 대해 거부감이없는 외국이라 가능한 장면이란 생각이 들지만,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추억과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유언 사례였습니다.